실험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것은 오늘 감별시험으로 끝입니다. ^______^

성분분석 파트는 FM군이 진행하므로 자리를 옮기건 말건 학습실험반과 논문에 전념을 할 수 있어서 기뻐해야 할텐데 그다지 좋은 기분은 아닙니다. 화난 것이 아니라 측은지심이 발동해서 그렇답니다.

사진감별과 건조약재감별시험을 치루며 실습에 관하여 강의평가를 받았습니다. 현재 교실에서 행하는 목표에 다다르려면시간이 촉박한 만큼 실습실험에 대한 데이터가 확실히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불만이야 예상하고 있었으니 화를 내거나 삐치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쫓겨날 위험에 처했던거에 비하면 아주 양반일테니요 ㅡㅡa)

 그 불만의 근거도 추리해서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작년과는 달리'라는 말이 생략되어 있다는 정도??

 뭐, 실험 및 리포트때문에 개인 시간이 없다는 등등의 의견은 가뿐히 무시했습니다.

 라스핀이 본1 때 한 일을 적어볼까요? 실습실에서 일주일에 2-3일간은 송조군과 함께 당시 본초교재에 등장하는 처방들을 하나하나 찾아보고, 그러면서도 의학입문을 혼자 읽어나갔죠. (이건 실습서와 노트를 보여준 그대로 입니다)
 그리고 본과1학년 때 가장 다양한 분야의 독서를 했습니다. 그즈음 읽었던 책들을 꼽아보라면 기초한의학, 각가학설, 독의수필, 석실비록, 의종필독, 내경(머리가 나쁜 관계로 수업때 이해 못하고 결국 혼자 공부했습니다), 난경입문, 난경집주, 통속한의학원론, 한의학원론, 이기한의학, 유문사친, 소문현기원병식, 비위론, 단계심법 , 본초구진, 본초집성, 본초문답, 혈증론, 한권으로 읽는 동의보감, 단계의론, 병기기의보명집, 지산선생강의집, 임상방제학강좌(고교선배의 명령으로..), 의방집해, 기타 침구서적 등등의 현재 라스핀의 방에 있는 4단 책장 5개 중 하나 분량입니다. (외워가며 깊게 공부를 한 건 상한론을 접한 후--;지요.)
 -> 이것도 라스핀과 같이 스터디하는 사람들은 다 아는 이야기이니 못 믿겠으면 찾아가서 물어보시길...

 그러면서도 시간이 남아 한 달에 한두번은 수목원(야외생태실습말고도 다른 시간에도 가서 찍어오곤 했습니다. 라스핀은 머리가 그다지 좋지 않은 관계로 한 번 보고는 식물을 구별할 수 없으니 발품을 파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덕(?)에 사진이야 50이 넘고도 넘어 남아돌게 찍었구요.)이나 다른 곳에 놀러도 가고 영화도 보고 기타도 치고 은석군과 함께 유치한 곡 하나를 만들기도 하고 시체놀이도 해보고 300여장의 LP를 듣기도 했습니다.

 당시 몸담고 있었던 동아리(1학기까지)에서는 온 몸을 불사르며(?) 열성을 다했음은 물론 당시엔 연애도 남부럽지 않게 했더랬죠.

 본1 여름방학때는 서당에서 지냈구요.
2학기초 지금의 지도교수님을 찾아뵈었을때 '(서당에서 공부한 것은) 참 잘한 일이다'라고 대견하다는 말투로 말씀해주신게 생각이 나는군요. 그리고 '지금 돈 몇 푼 버는 것(과외 등등)보다는 공부가 낫겠다고 생각합니다'라는 말에 서당의 청곡선생님과 교수님 두 분 모두 맞는 생각이라고 하신 것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또한 수업은 등록금 생각(결과적으로 과외해서 버는 것보다 나음^^)에 열심히 들었고,  시험도 왠만큼 봐서 6년 통털어 본1 때 한번 장학금도 타봤습니다. (리포트나 시험이나 그때나 지금이나 거기서 거기입니다.)

 라스핀의 자랑을 하려고 구구절절 쓰는 것이 아닙니다. 이렇게 해도 결코 시간이 모자라지 않았음을 말하고 싶은 것이죠. (단, 잠을 약간 줄였을 뿐입니다. 고교시절에 비하면 아주 양호한 수면시간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라스핀과 FM군이 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러기에  개인시간 운운한 것들은 모두 무시 (__)

문제는 그게 아니라.... 노는 것 같지도 않게 노는 시간(무계획적인 모든 놀이를 말하죠)을 위해 정작 시간을 쏟아야할 일에는 애써 외면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다른 과와 비교하면 이제 3학년입니다. 주위 3학년 학생들을 보면 알 상황을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모습이 참으로 측은합니다.

 그리고 모교수님이 '나중에 50억 정도 벌어서 빌딩이라도 세워라'라는 말을 액면가로 받아들인다는 현실에는 참으로 할 말이 없어집디다. (나름대로 비꼰다고 한 말씀이실텐데 역시 항상 열정이 넘치는 분이 하시는 말씀이라 전달에 좀 문제가 있었나 봅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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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가서를 읽다가 라스핀이 FM군에게 물었습니다.

"야, 이거 내가 머리가 이상해진거냐 아니면 얘네들 생각('빡세다' '힘들다' '시간이 없다' '왜 하는지 모르겠는 실험' '실습서에 채우는 칸이 너무 많다' '사진찍느라 설명을 들을 시간이 없다--;' '실험할 때 버리는 시간이 너무 많다' '단순 반복 작업은 순번을 정하자' '딴 거로 인해 외부형태 실습을 할 시간이 부족하다' '선배-후배의 관계보다는 조교-학생의 관계가 낫다' '우석한의처럼 하기만 한다면 뭐가 문제일지 모르겠다' 등등의 표현)이 잘못된거냐? 요즘은 말야. 내가 딴 세상에서 온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은 거짓인 그런 세상말야."

미디어의 뻔질난 실험실 장면(대부분 설정 --; 요즘 전주생물소재연구소에서 간간히 하고 있는 폼잡기)때문일까? 실험은 시간과의 싸움인데요.... 실험은 잡일의 연속 그 잡일을 하나만 몰라도 결과가 아예 안나올 수도 있지요.... 우리 연구소의 누님들도 맨날 11시에 퇴근..... 학명을 한번 보고 외울 수 있으면 좋겠지.... 정말 왜 하는지 몰라서 일까 아니면 그냥 푸념?..... 정해진 시간이외에는 절대 약재를 안보겠다는 생각?...... 설명 들을 시간이 없을테니 미리 찍어온 사진을 보여준다고 하니 거부하고 왠 딴소리?..... 연구에 있어 실험일기는 의사의 차트와도 같은 것인데.... 역시 실험은 바닥청소부터 해야 한다는 말(교수님 및 정박사님 말씀)이 맞아요..... 뭔가를 배우면 전혀 생각하지 않나봐 나같으면 어떻게 써먹겠다고 이리저리 머리 굴렸을텐데.... 내부형태에 대한 기초지식은 본초총론에서 다 배우는데 모른다고 하는 이유는?

 등등의 말이 오고 갔지요..

(물론 '조원이 너무 많다', '채점하는 사람이 틀려서 헷갈린다' 등등의 의견은 앞으로 시정해야 할 일이구요.. 흠. 그래도 일부학생을 제외하고는 감정적 평가가 아닌 속마음을 충실하게 써준 사람이 많아 한편으로는 잘된 강의평가라 생각했습니다.)

 FM군과 백출을 세척해서 건조기에 넣고 자정즈음에 퇴근을 하다가 학관앞에서 송조군을 만났습니다. 송조군이 '현재 임상가의 가혹한 현실'을 말하더군요. 요즘은 만나는 한의사마다 그 이야기입니다. 이야기 도중 아무리 현실을 말해줘도 눈과 귀를 닫고 외면하면서 여전히 늘어질대로 늘어진 현상황을 정상으로 받아들이며 '무계획적인 놀이 시간(?)을 빼앗긴 데에 대한 푸념'을 하는 후배들이 생각났습니다.

"야, 니 후배들한테 그 이야기 좀 해줘라. 도저히 믿지를 않는다. 이젠 화나기 보다는 애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고것들 불쌍해도 한참 불쌍한데 자신들은 전혀 그렇게 생각치 않으니...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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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한약학과 학생들의 감별시험도 있었는데, 그 학생들이 준비해서 가지고 다니는 반투명 플라스틱 케이스를 보고 놀랐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그 장면을 디카로 찍어서 우리 본1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생각도 들더군요. A4정도의 넓이에 높이 5cm의 상자인데 그 안에 격자모양으로 구획이 있고 그 구획마다 빼곡히 약재가 들어있었습니다. 자기네들 본초실습을 우리 실습실에서 하는지라 평소에 보고 싶을때 못 보니깐 그렇게 실습때마다 정리해간다는 말을 하더군요.

 '우리 학생들한테는 집에 가져가서 보라고 조그마한 병까지 준비해줘도 안하는데...'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오길래 간신히 집어 넣었습니다.

이때는 화가 나지도 불쌍하다는 생각도 원망스럽다는 마음도 생기지 않았습니다.

단지 참으로 슬픈 현실이다는  아픔이 심장언저리에 생겼을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