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조그마한 농장에 조랑말들이 옹기종기 모여살고 있었습니다. 사람을 태우기 위해 뽑힌 말들이죠.

그 농장은 아주 조그마해서 왠간한 호기심이 아니면 바깥 세상을 구경하기 쉽지 않답니다. 대부분의 조랑말들은 그냥 주변에 널려있는 풀을 씹으며 하루하루 보내고 있었지요. 바깥세상에 있다는 널다란 초원을 사람을 태우고 신나게 달리는 상상을 하면서요...

어느날 그 중 한마리가 나중에 나가서 뛰어 놀 초원을 미리 구경하겠다는 속셈으로 바깥세상 나들이를 감행했습니다.

그러나.....

그 세상에서  조랑말은 점점 필요없는 존재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쇠로 된 바퀴달린 달구지들이 길을 쌩쌩달리고 있고 하늘엔 쇳덩어리가 사람을 싣고 왔다리 갔다리 하고 있었지요.

난생 처음보는 몸집도 훨씬 크고 빠르게 달리는 말들은 커다란 스타디움을 힘차게 질주하면서 사람들의 뭇 시선을 받고 있었구요.

 그나마 미리 자리를 잡은 조랑말들은 놀이공원에서 마차를 폼나게 끌고 있었지만, 최근에 바깥 세상에 나온 젊은 조랑말들은 말안장을 지고 사진모델을 하는게 대부분이었습니다.


그 조랑말은 동골이 오싹해졌습니다.

'어이쿠 이거 일났네'

부랴부랴 농장으로 돌아와 친구들과 동생들에게 열심히 설명했습니다. 어여 우리도 몸집도 키우고 더 빨리 달리는 방법을 배워 스타디움이라도 들어가야 한다고요.

그러나...

대부분의 조랑말들은 전혀 귀담아 듣질 않았습니다.


'뭔 소리야. 그런 일 없어. 먼저 나간 모 조랑말이 가끔 돌아오는데 삐까번쩍하잖아. 네가 뭘 잘 못 안거야'

'에이.. 그래도 다 살아가는 방법이 있는 법이야. 걱정하지마'


이런 상황이 계속 되자 그 조랑말은 지쳐버렸습니다.

'그래도 내 살 길은 찾아야겠지. 후.,,'

결국 초원을 힘차게 달리겠다는 생각은 접은 채, 세상을 널리 둘러보고 산전수전 다 겪은 원로조랑말을 찾아가 의탁을 했더랬습니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좌우충돌하면서 절실함을 내보였던 탓인지 친구 조랑말 한 녀석은 옆동네에 새로 생긴 '일년만 하면 빠르게 달린다'라는 이름의 농장엘 들어갔고.... 또 농장의 몇몇 동생 조랑말들이 같이 대비하자며 찾아왔습니다.

기쁜 마음에 바깥세상에서 본 것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겠다고 세운 계획을 나누며 부족하지만 1년 반동안 열심히 가르쳤습니다.

그 와중에 이런저런 일때문에 더이상 여력이 없는지라 옆동네 농장에 들어간 친구 조랑말에게 동생 조랑말들의 조련을 맡기고 나서, 방법을 모색하느라 여념이 없었지요.

남들이 하지도 않고 할 생각도 없어 제대로 된 매뉴얼도 하나 없는 별볼것 없는 농장이라 원로조랑말 밑에서 옹기종기 모여 대책을 고심하고 실험해 보고 아니면 다시 뜯어고치길 여러번...

이제 어느 정도 되었다 생각하여 맡긴 녀석들을 다시 끼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울타리를 하나 쳐서 몰아넣고 조금 뛰어보라고 했더랬습니다.

원로조랑말께서는 '그래도 기특하다'라는 생각으로 조심조심 잘 달래서 가르치라고 하셨지만, 조랑말은 너무나 빨리 변하는 바깥 세상을 보며 그녀석들이라도 어떻게 하겠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는 형편이었지요.



그런데.... 입이 닿도록 그렇게 뛰는 방법을 전해줬는데 건성으로 들었나봅니다.

한녀석은 뛰는 방법을 배우는데 시간이 부족하다하여 독한 성질만 커져 앞뒤 안가리고,

한녀석은 자기 옆집 조랑말이 계속 아프다하여 정작 걸음을 못 떼고 있고,

한녀석은 자신이 그려놓은 원 안에서는 열심히 뛰는데 방향을 못잡아서 제자리만 맴돌고 있고,

한녀석은 몸으로 뛰어 다녀서 익힐 생각은 않고 도착 지점만 상상하며 히죽히죽 웃고 있더랬습니다.


'그래도 뭐... 이제 제 길 잘 찾는 녀석들이니까..'라고 쉽게 생각해 버린게 화근이었나 봅니다.

.....
.....

그래서 그 조랑말은 동생녀석들을 몇 달만에 정말 크게 혼을 냈습니다. 아마 농장주인과 싸울때 이후로 처음인것 같지요.

히히힝거리며 '그래도 난 열심히 했다'라며 보채는 녀석들을 달랠 생각도 않고 겉멋이 잔뜩 든것에 대해 고함을 질러가며 혼을 냈습니다.

그동안 '난 너희들(다른 조랑말)과 달라. 난 그래도 좀 앞선 생각에 이렇게 대비하고 있거든? 여기봐 이렇게 많이 배우고 찾고 공부하고 있잖아. 그리고 열심히 하면서 빨리 달리는 법의 일부분에 대한 글도 만들고 있어'라는 얼토당토않은 마음의 싹이 자라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네들이 뛸 곳은 여기 울타리와 농장이 아닌, 변해도 한참 변할 저 건너편 세상인데 벌써 시야가 그렇게나 좁아져 있다는 것에 힘이 주욱 빠졌습니다.


그 조랑말은

정말 답답한 마음에

한 녀석씩 한 녀석씩 혼내키고 나서....





농장 한구석에서 남 몰래 닭똥같은 눈물을 방울방울 흘렸답니다.


그 중 한녀석이 눈물을 글썽인채 '생각해 보겠습니다'라고 오기 바로 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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