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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1/22 라스핀의 칸딘스키와 러시아거장展 관람기, 두세네번째 섹션
2008/01/21 - [맨정신에 詩歌畵書를 즐기자] - 라스핀의 칸딘스키와 러시아거장展 관람기, 첫번째 섹션에 이어서 올립니다.

두번째 섹션에는 풍경화가, 세번째 섹션에는 역사화가, 네번째 섹션에는 풍속화가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이 섹션에서 기억에 남는 풍경화는 2개인데 그 중 하나는 작품명이나 작가에 대해 잊어서 포스팅에 포함시키지 못했습니다 -_-;;; 그 기억에서 사라진 작품은 '가까이서 보면 낭만주의 작품처럼 보이지만 일정거리 떨어져서 보면 사실주의 작품처럼 보이는' 강가를  그린  것이었습니다.  두번째섹션의 좌측 모퉁이에 전시되어 있었으니 혹 아시면 댓글 달아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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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하나인 위 그림은 A.I.쿠인지의 '발람섬에서'라는 작품입니다.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비바람이 몰아치고 난 뒤 한결 깨끗해진 공기 사이로 나무 두그루가 아직 가시지 않은 바람에 흔들리는 듯하지요. 저 나무가 배경과 강하게 대비되어 입체감을 더해주고 있었습니다. 마치, 그림 사이에서 떠있는 느낌이랄까요? 저 뒤로 보이는 숲은 어둑어둑한 반면 나무가 있는 곳은 선명해서 폭풍우가 이제 막 물러났다는 인상을 주기도 합니다. 오른쪽 중간에는 비 온뒤 물가의 풍부한 먹이를 찾으러 나온 부지런한 새가 저공비행을 하고 있습니다. 고요하면서도 생기넘치는 이 작품을 보고 있노라니 문득 여행을 가고 싶어지더군요.

두번째 섹션의 역사화 중 당연 백미는 일리야 레핀의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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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한참을 말을 주고 받으며 그림의 한구석 한구석을 살폈습니다. 여행을 막 마치고 돌아온 듯 한 손에 짐을 들고 있는 주인공과 이에 놀라는 듯한 나머지 구성원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역시 파일 상으로는 잘 나타나지 않지만 뒤로 보이는 방은 좀더 밝고 사건이 일어난 방은 조금더 어두웠습니다. 아마도 이 인물이 집에 돌아오기전에는 집구석이 좀더 화평했었나보다는 추측을 가능하게 했습니다(물론 라스핀만의 생각입니다ㅋ). 벽쪽의 남자애는 불안한 듯 문 뒤로 몸을 숨기는 듯한 제스쳐를 취하면서 손톱을 물어뜯고 있었고, 테이블의 앞쪽 여자애는 상당히 놀란 듯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소리낼까 두려워 손으로 입을 막아가고 있으며, 뒷쪽의 여자애는 그자리에서 이 기대하지 않았던 상황에 얼음이 되어버린 듯합니다.그리고 주인공과 구성원들의 공간이 단절되어있는 듯한 구도... 한 그림에서 이 많은 내용을 담을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됩니다. 옆의 친구왈 '진짜, 놀랬다보다'....(__)  한사람 한사람의 표정이 살아나는게 위 도판으로 보는 것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으니 한번 가서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전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시간이 3시쯤이기 때문에 도슨트의 설명을 놓쳤기에 전시장앞에서 3천냥에 대여해주는 해설녹음재생기(?)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림을 보는 재미를
떨어뜨리는 것 같아 잘 사용하지 않았었는데, 이 작품을 볼때는 살짝 들어봤습니다. 해설에 따르면, 혁명을 위해 활동하러 집나간 가족 중의 하나가 다시 돌아왔을때의 장면을 그린 것인데 일리야 레핀이 등장인물을 여러번 고쳤다고 합니다. 위 그림의 오른쪽에 있는 것이 지금 전시 중인 그림이고 남자로 바꿔 그린 그림은 아쉽게도 전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배경지식을 얻고 나서(?) 다시 본 그림은 또 새로운 느낌입니다. 그리고, '민중과 괴리된 혁명은 부질없는 짓이다'라는 누군가의 말이 떠오르더군요.

두번째 섹션의 함축된 이야기를 담은 레핀의 작품을 뒤로하고 풍속화를 볼 차례입니다. 여기서부터는 제 기억력의 한계로 순서가 뒤죽박죽입니다.

풍속화 섹션은 다양한 작품이 재미를 더해주었습니다.

첫번째 기억에 남는 작품은 K.V.레베데프의 '노부모의 상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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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을 보면서 '뜨끔한' 사람이 많았을 줄로 사료됩니다 (__). 상경한 부모는 무슨 죄지은 듯 위축되어 아들의 앞에 서있고 아들은 아주 불량한 자세(?)로 다그치는 듯한 모습으로 무언가를 말하고 있습니다. 라스핀의 서울유학-_-시절 저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자취하던 큰아들한테 주려고 반찬을 바리바리 싸가지고 올라오신 어머님에게 '뭐하러 이 무거운 걸 들고 오세요'라며 아주 싸가지없는 행동을 한적이 있었죠. 물론, 아주 조그마한 몸으로 그 무거운 짐을 들고 오실때 힘들어하셨을껄 알아서 속상해서 한 말이었지만 결코 잘한 짓은 아니었습니다. 학교든 직장이든 서울로 서울로 향하는 이들이 많은 이 땅 어딘가에서 저런 상황이 있을 것을 생각하니 조금 답답해 졌습니다. 이 그림 앞에 선 많은 이들이 침묵을 지키며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어군요. 왠지 모르게 무거워진 다리를 이끌고 다른 곳으로 이동합니다.

아래는 먀소예도프의 '지방자치회의 점심식사'라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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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사로운 햇빛아래 식사를 하는 모습이어서 별 생각없이 지나가려했는데 작품명이 '점심식사'가 아닌 '지방자치회의 점심식사'임을 상기해냈습니다. 처음엔 동네 이장 모임정도 되는가보다고 생각하다가 그림 상단의 창문으로 보이는 접시닦는 인물을 본 순간 '아하'하는 탄성을 나지막하게 질렀습니다. 집사인듯한 인물 앞에는 고가의 촛대가 있어 화가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뭔지 알 수 있습니다. 그 앞의 인물들에게 연민을 가짐과 동시에 우리네의 상황이 떠올랐습니다. 지금 인수위에서 추진하는 모든 일이 서민을 더욱 힘들게 하리라는 상황이 겹쳐지면서 '이거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겠구나'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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먀소도예프의 다른 작품 '농번기'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었습니다. 처음엔 앞쪽의 식물이 '엉겅퀴다, 민들레다, 국화과 식물들이 저기서도 잘 자라네'등의 말을 친구와 주고받다가 작가의 이름을 확인한 뒤엔 조금더 자세히 보았습니다. 왼쪽의 어린 아해 둘은 추수의 기쁨이 드러나 있지만 맨 앞의 농부는 왠일인지 시름이 가득한 얼굴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러시아왕정의 부정부패는 극에 달해 있었고 권력자들의 호가호위 또한 극심했던 시대였으니 정작 추수의 기쁨보다는 착취에 대한 걱정이 앞서 있었겠죠. 게다가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젊은이들은 도시로 일거리를 찾아 나가고 농촌엔 아해와 노인들뿐이던 상황도 반영하고 있습니다. 뭐, 한국이라고 별반 다를 것도 없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며칠전 인수위에서 농진청을 출연기관으로 바꾸겠다고 발표했었지요. 라스핀이 그 내용을 처음 접했을 당시 '미친..... 저 인간들 머리에 총알을 박아주고 싶다. 자를려면 산업과 행정직들이나 잘라.'라는 말을 꺼냈습니다. 농진청의 육종기술은 가히 세계 최고수준입니다. '국내에서 잘 자라지 않는 약재를 농진청에 가져다 주면 어떻게든 길러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최고수준입니다. 이는 국가기관에 속해있기때문에 장기연구가 가능하다는 점과 농사꾼이나 다름없는 농진청 연구원들의 노력이 더해진 결과입니다. 그러나 출연기관이 되면 장기과제는 꿈도 못꿉니다. 이는 출연기관연구소에 속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공공연한 사실이지요. 게다가 출연기관화되면 수익을 내야하기때문에 그동안 무상으로 공급되었던 모든 기술에 로열티가 부과되어 결국 농산물의 가격 상승을 초래합니다. 특히 땅이 척박한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는 육종학의 바탕없이는 고효율의 농작이 불가능하기때문에 장기적인 연구개발이 필요합니다. 식물이 뭐 '자라라'라는 말 한마디로 된답니까? 몇 세대에 걸쳐 연구에 연구를 거치는데 보통 몇 년씩 필요하지요. 그런데 이 상황에서 출연기관화시켜서 보여주기식 연구과제수행을 하라니요... 도대체 인수위의 머리속에는 무엇이 들어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 그림 위에 펼쳐지는 국내의 상황이 발을 더 무겁게 만들었습니다. 휴.......

에구, 무거운 분위기를 전환할 겸 다른 작품을 이야기해보도록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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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로프의 '기숙학교'입니다. 저 여학생들 간도 크죠? 화장실도 아니고 담벼락도 아닌 방안에서 연초를 태우다니요ㅋㅋㅋㅋ 끽연을 즐기면서도 한편으로는 언제 사감선생이 등장할까 마음 졸이는 모습이 귀엽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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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보그다노프의 '암산'입니다. 학생들의 표정이 다채롭습니다. 역시 파일상으로는 잘 나타나지 않지만 칠판에는 문제가 적혀있습니다. 10의 제곱부터 14의 제곱까지 더한 뒤 365로 나누는 문제지요. 답은? 예 2입니다. 라스핀은 암산에 쥐약이기때문에 (10^2 + (10+1)^2 + (10+2)^2 + (10+3)^2 + (10+4)^2 )/2 로 풀었습니다. 물론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지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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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그림은 키브셴코의 '농가의 깃털작업장'입니다. 친구와 함께 이 그림에 대한 스토리를 만들었습니다. 이런 저런 농담과 사는 이야기를 노동요 삼아 일하고 있는 작업장입니다. 여기서 그림 가운데 뒷모습의 여인이 농담에 살짝 기분이 나빴는지 위험한 수준의 비꼼을 동반한 농담으로 맞받아칩니다. 그러자 다른 이들이 박장대소를 하지요. 이때 불의의 반격을 당한 아줌마는 벌떡 일어나 손가락질하며 화를 내기 시작합니다. 화내는 모습을 쳐다보는 할머니와 그 주위의 인물들은 앞으로 전개될 상황을 기대하며 흥미롭게 쳐다보고 있지요^^.
 친구들과 농담을 건네다가 한사람이 삐끗하는 상황을 연상케 만드는 이 그림에 이런 스토리를 붙이며 다른 작품으로 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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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이바노프의 '가족'입니다. 역시 친구와 함께 여기에도 스토리를 붙였습니다. 가부장적인 가족입니다. 두번째 줄의 가장과 그 아내로 추정되는 인물은 고개를 빳빳이 들고 힘차게 걷고 있습니다. 대가족의 대부인을 연상케하지요. 세번째 줄의 내외는 좀 다릅니다. 고개를 약간 떨군상태로 힘없이 걷고 있으며 안색또한 좋지 못합니다. 큰아들내외인데 손을 잇지 못했습니다. 딸만 있군요. 네번째 줄의 내외는 아직 자식이 없나봅니다. 화려한 여인의 옷차림에 아직 치열한 살림!을 겪지 못한 듯한 인상을 받습니다. 음... 결혼한지 얼마 안되는 듯합니다. 맨 앞줄의 여인은 이 가족이 애지중지하는 공주님입니다. 화려한 옷차림에 세파에 찌들지 않은 듯한 모습과 나들이에 약간은 수줍은 모습이네요. 맨뒤의 남자는 집안의 막둥이인가 봅니다. 말썽꾸러기인 듯 가족과는 약간 떨어져 걸으며 '껀수'를 찾는 듯한 모습입니다. 그럴싸한 스토리죠?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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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관람기 두번째 포스팅의 마지막 작품입니다. 일리야 레핀의 '볼가강의 배끄는 인부들'이란 작품입니다. 그림의 폭이 약 30~40센티미터 정도로 아주 작습니다. 그래서 눈이 나쁜 라스핀으로서는 난감했지요. 아무튼 12명(열심히 세서 11명이라고 하자 옆의 친구가 저 뒤에 한 명 더 있다고 말해줬습니다)의 얼굴이 가지각색입니다. 개미의 법칙이라 할까요? 맨앞쪽의 두명은 정말 최선을 다해 일을 하고 있는데 반하여 중간 중간의 열에는 묻어가려는 심뽀를 가진 인부들도 여럿 보이네요. 인부들의 모습은 전체적으로 피곤에 절어 있습니다. 옷가지들도 여기저기를 기워서 궁핍한 삶을 보여주고 있군요. 장거리를 끌어 온 듯 배에 묶인 줄은 팽팽하지 않습니다. 먀소도예프의 작품과 마찬가지로 레핀의 작품에서도 당시의 시대상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파일상에서 보여지는 것과는 달리 채도가 상당히 낮은 그림이어서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암울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로써 관람기 두세네번째 섹션을 마칩니다. 기대외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섹션이었습니다. 러시아의 1800년대 후반 상황을 그림 한 장에 담은 작가들의 열정도 열정이지만, 그 이면에 숨어있는 '혁명의 씨앗'을 엿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섹션입니다. 특히, 먀소도예프와 레핀의 그림은 대한민국의 현상황을 떠올리게해서 참으로 인상깊었습니다. 사회에 대한 비판의식을 거리낌없이 표현하고 더 나은 세상을 갈망했던 러시아의 거장들에게 존경의 마음을 간직하며 라스핀은 아방가르드 작품을 감상하러 발길을 옮겼습니다.